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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마음

작은 방 주인 2003. 12. 15. 10:10
분만대기실에서 열심히 진통하고 있을 때 남편하구 친정엄마는 옆에서 신문보며 수다를 떨고 계셨다.
그때 결심하기를... "결코 잊지 않으리라, 꼭 복수하리라"(--;) 였는데 지금은 도무지 무슨 이야기들을 하셨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 허망해라. 아줌마의 기억력이라니...

어떻든 지난 1년동안 건강함 그 자체였던 아들이 전에 고열로 시달리더니 이번에는 밥투정을 하기 시작했다. 벌써 일주일이 넘었는데 도무지 두 숟가락 이상을 먹지 않는 것이다.
아무래도 배가 불러서 그런지 고기국 이런건 절대 안먹고 야채 삶은것과 무채만 조금 먹는다.

엄마(아마 부모의 마음이겠지)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수고로운 것도 피하지 않고 맛난 것은 다 자식에게 주려고 한다는데, 정말 그럴까 싶었지만 정말 엄마가 되어보니 그 심정이 이해가 된다. 자식이 밥 안먹을 때 제일 속이 상한다던 어느 어머니의 인터뷰 내용도 공감이 팍 된다.
오죽하면 게으름의 대명사인 내가 요리책을 들여다보며 뭘 먹일까 하루에도 열두번씩 고민하고 있을까...

그러다 보면 어느덧 예전에 소아암병동에 자원봉사하러 다녔을 때 만났던 아이들이 생각난다. 그 옆에 항상 그림자처럼 있던 피곤에 지친 엄마들의 모습도 같이...
신촌세브란스병원을 비롯한 큰 대학병원에서는 소아환자들을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 병원마다 이름은 다르지만 신촌 세브란스에서는 병원학교 라는 이름으로 영어, 미술, 음악, 컴퓨터 등등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었다. 장기입원 혹은 입, 퇴원을 반복하여 학교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는 오락의 장소이기도 했고 친교의 장소이기도 했다.
처음에 갈 때만 해도 그 아이들이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지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교실 문을 들어섰을 때, 그 아이들은 여느 아이들과는 전혀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링겔병과 환자복, 그리고 민둥산같은 머리를 제외하고는...
그 옆에 항상 존재했던 엄마들은 어떠했던지... 꿋꿋한 엄마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여느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엄마들. 좀 지쳤지만 끔찍히 자식을 사랑하고 꼭 병이 나을거라 믿고 있을 그 엄마들을 생각하면 절로 눈물이 나온다.
무엇을 안해봤을까? 기도도 했을 것이고 몸에 좋다는 민간요법도 써봤을 것이고, 수술비나 입원비들을 마련하기 위해 속도 태웠겠지. 과연 그 심정을 내가 이해할 수 있을까.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 아이가 좀 크면 그 상관관계가 좀 덜할지 몰라도 아직은 그렇다. 지금은 밥을 안먹고 보챌지 몰라도 이 고비를 넘고 나면 또 생글생글 웃으며 이쁜 짓하면서 그동안의 속상함을 보상해주겠지.
지금은 여러 가지 문제로 병동에 가지 못하지만 오늘도 꿋꿋이 버티고 있을 엄마들에게 화이링~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