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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듣(지 않)는 것에 대한 두서없는 생각

작은 방 주인 2010. 3. 17. 16:21
나는 음악을 듣지 않는다. 그저 가끔씩 흘려 들을 뿐.
어렸을 때 워크맨 열풍이 불었을 때나 조금 커서 다들 MP3를 들고 다닐 때도 나는 별로 개의치 않았다. 몇 번 흉내를 내본 적은 있으나 몇 편의 오페라를 제외하고는 주로 text를 읽어주는 오디오북이거나 드라마의 소리만을 추출한 것들만 들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아이도 음악과는 가까울 수 없다. 아이가 음악을 듣는 것은( 그나마 새로운 대중가요라도 들을 수 있는 곳은) 방과후 교실의 음악줄넘기 시간이다. 거기서 G-Dragon의 Heartbreaker나 Superjunior, SHinee의 노래들을 듣고 나에게 틀어달라 했다.



나는 음악을 듣지 않고 살았으므로 음악이 얼마나 한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는지 모른다.  그러나 음악을 들을 때의 몰입하는 느낌이라든가 음악이 얼마나 감정들을 표현해낼 수 있는지, 때로 음악이 이끌어가는 타인들과의 소통에 대해서는 약간 알고 있다. 그리고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려면 음악을 들을 시간이 많아야 한다는 것은 확실히 알고 있다.

그렇다면 아이를 위해서 - 음악이 있는 풍요로운 삶을 누려야 할?! - 매일 저녁 음악을 틀어놓아야 하는 걸까?

글쎄... 
다만 요즘 TV나 하다못해 "음악줄넘기"에서는 음악을 선택할 여지가 워낙 없으니 다른 종류의 음악들도 좀 제시할 필요는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은 든다. 비틀즈나 왈츠도 처음에는 낯선 것이었을 텐데, 굳이 Heartbreaker를 홀대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과 함께... 어차피 몇 달 뒤면 다른 노래들을 흥얼거릴 테니.

결국 무엇을 바라는 건가?
아마도  나는 머리 속에 음악도 즐길 줄 아는 사람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뭔가 백과사전식으로 음악을 넣어줘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뒤돌아 보면, 소위 음악을 즐길 줄 알았던 지인들의 경우 부모님들이 그런 환경을 적극적으로 만들어 준 경우도 있지만 다른 것으로부터 도망가는 - 귀를 닫아 버리는 - 방법으로 음악에 빠져든 이들도 꽤 있다. 그렇다면 내가 깔아준 돗자리 위에서 춤을 추기를 바라는 것은 그저 내 욕심일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나의 기대와 아이의 행동이 맞지 않기 때문에 뭔가가 문제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게 마음 속에서 걸리적 거리다가 이렇게 글을 쓰게 만들었다.
그렇지 않다고 완고하게 이야기하면서도 나의 머리 속은 항상 이러 저러한 욕심들로 가득차 있는가 보다.

그래도 드는 의문은.... 음악을 듣고 사는 사람의 삶은 진짜 더 풍요로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