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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훈아, 블로그를 만들어봐!

작은 방 주인 2003. 12. 16. 01:01
O훈이는 나의 몇 되지 않는 대학 친구이다. 연락한지 벌써 2년은 된 듯 하다. 내가 대학2학년때 군대에 갔고 휴가때 잠깐 얼굴을 보았으며 내가 한국에 없을 때 대학을 졸업했고 내가 산후조리하고 있을 때 결혼을 했다. 그래두 전화연락이라도 할 수 있었던 것은 평소 친구들을 잘 챙기는 그 녀석의 공이다. 그래도 결혼을 하고 나서는 연락두절이군. 쩝..

행정학과 출신인데 그녀석의 글을 보면 어쩌면 그렇게 섬세한 면이 있는지... 재수를 해서 나와 같은 학번이었지만 여동생이 나와 같은 나이여서 나의 반말을 무척이나 싫어했다--;
요즘에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내가 대학에 다닐 때만 해도 동아리방에는 대부분 "날적이" 라는 두꺼운 스프링노트가 있었다. 하루 하루 있었던 일이나 그날의 느낌들을 동아리 멤버들이 적어넣는 것이다. 각자의 개성이 여실히 들어나는 공간이었다. 글씨체하며 문체하며... 첫사랑의 설레임도, 당시의 정치상황도, 학생들의 고민인 학점이나 채플같은 것에 대한 내용도 모두 그 안에 들어있었다.
나는 글솜씨가 젬병이었으나 그녀석은 뭐랄까, 정말 맛깔스럽게 글을 쓰는 재주가 있어 나는 매일 날적이를 들춰보며 녀석의 글만 골라보는 재미를 만끽했다. 아, 나에게 재주가 있었더라면 그 녀석이 어떻게 글을 썼는지 여기 상세히 기술할 수 있으련만...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궁금하다. 벌써 34살이 되었을, 한 가정을 꾸리고 어쩌면 아버지가 되어 있을지도 모를 그 녀석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설마 삶의 무게 때문에 그 당시의 발랄함을 모두 잃어버리지는 않았으리라 믿는다.

바라건대, 그때 그 시절의 재기를 부인과 아이(앞으로 있을, 혹은 이미 있는)들에게 마음껏 발산하길.. 그러면 정말로 행복한 가정이 될테니.

그리고 블로그도 만들어봐! 너의 글을 좋아했고 다시 읽고 싶은 독자가 여기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