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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방 7
1999. 4. 30(추정) ~ 2015. 3. 28 09:46 만성신장질환을 앓고 있었지만 밥도 잘고 잘 잤던 노견이 3월 24일 정도부터 기력이 급격히 쇠하는 걸 느낄 수 있었고,26일부터는 밥도 잘 먹지 않았다.27일에는 마치 몸의 한 쪽으로만 고개를 돌리고 물만 조금 먹었다. 28일 오전에는 가족들을 불러 모두 인사를 시켰다. 28일 오전에 내가 자리를 잠시 비우고 아들이 지켜보고 있는 사이,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만성질환을 앓았지만 너무 고통스럽지 않게 있어 줘서 너무 고맙다.떠나기 전에 언제 갈지 알려 줘서 고맙다.준비할 수 있게 해 줘서 고맙다.몰래 가지 않아줘서 고맙다. 화장하고 아직 뿌리지 못했는데, 언젠가 준비가 되면 넓은 곳으로 보내줄께.
2013.08.12 18.41 몇 년만에 처음으로 교육도 잡지 않고 밀렸던 일을 해치우지 않는 그런 휴가를 꿈꿨다. 그렇지만 항상 그렇듯이 이번에도 휴가는 가질 수 없었는데 그것은 이번에 알게 된 노견의 신장 때문이다. 물을 더 많이 먹는다는 것. 병원에선 심각하게 받아들였고 온갖 검사를 한 끝에 만성신부전이라는 진단을 받았다.15살이라는 나이가. 아니 99년생이니 서양식으로 하면 14살. 그 나이가 적지는 않지만 그래도 막연히 언제나 같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진단을 받고 나니 구체적으로 이 아이가 나와 얼마나 더 같이 있게 될지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만성신부전은 이미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상태이고 상태를 유지하면서 잘 관리해주는 것밖에 다른 길이 없다는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며칠이 걸렸다. 처..
요크셔테리어는 어릴 때는 등 부분의 털 색깔이 까맣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차 회색으로 변한다. 물론 머리 쪽이나 배, 다리 부분은 여전히 크림색이다. 사람들이 중년이 지나면서 탈모를 경험하듯이 노견도 털이 빠져나가는 만큼 더 자라지는 않는지 이제는 피부가 드러나 보인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개와 함께 산 것은 여러 번 있었지만 전적으로 내가 책임을 가졌던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고 같이 나이들어 가는 경험을 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내 경험을 "개의 경험"으로 착각하기도 하고 나의 두려움을 과하게 밀어넣기도 하지만, 개는 항상 그렇듯이 주인이 뭘 하든 거기에 그대로 있다. 확실한 것은 나는 지금의 이 시간을 나중에 그리워하게 될 거라는 것. (그리고 그것은 공유가 되지 않는 한 상대방과는 별로 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