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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방 7
지금 우리 아들네미는 14개월 좀 넘게 자랐다. 요즘 열중하고 있는 놀이는 으슥한 곳에 장난감 숨기기이다. 냉장고 뒤나 부엌의 후미진 곳에 블럭이나 자그마한 장난감 같은 것들을 열심히 옮겨다가 숨겨놓는다. 야생에서 표범이 먹을 게 생기면 숨겨놓는다던데. 아마 늑대도 그런다지. 또, 개들은 뼈다귀며 자기에게 소중한 것들을 잘 숨겨놓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아이를 재워놓고 요즘은 매일 냉장고 뒤의 블럭 꺼내기에 상당한 시간을 소비한다. 팔뚝살을 좀 빼야 할까보다. 그것보다는 냉장고를 좀 앞으로 끌어당겨놓는 것이 더 쉽겠지. 이번 단계(적절치 않은 단어일지 몰라도...)가 지나면 또 어떤 행동들을 보일지 궁금하다.
남편이 물었다. "여보는 내가 길에서 주운 나뭇잎이랑 최신형 컴퓨터랑 둘 중에 하나 고르라면 뭘 고를거야?" 망설임없이 대답했다. "당연히 최신형 컴퓨터지 --;" 남편이 실망했을까? 이거봐 남편, 나는 단지... 실용적인 걸 좋아할 뿐이라구. 최신형 컴퓨터로 우리가 뭘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봐. 다른 사람의 여자가 나뭇잎을 선택한다고 해서 당신의 부인도 그러리라는 법은 없잖아. 취향이라는게 있는데... 아무래도 실수한것 같다. 아.. 아줌마들이여, 남편에게 솔직히 대답하지 말지어다. 이러니 내가 곰탱이 마누라 소리 들으면서 산다.
친정 엄마에게 권해주고 싶은 발명품이다. 최소한의 트라우마로 생선머리를 자를 수 있는 발명품. 엄마는 강원도 원주의 산골 출신이다. 지금이야 원주가 큰 도시이지만 60대 중반인 엄마가 어렸을 적에는 첩첩산중이었을 것이다. 첩첩산중의 먹거리는 나물과 야채. 생선이 귀한 산골에서 자반고등어가 제일 맛난 생선이었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나도 그닥 생선이나 해산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금붕어를 키웠을 때 툭하면 자살하던 녀석들을 건져내는 경험을 몇 달 한 뒤로는 다소 혐오스러워 하는 편이다. (해산물 특히 게나 새우 등에 환장하는 남편이 좀 불쌍하다--;) 다행히 아빠도 해산물에 아주 광적인 팬은 아니시기 때문에 우리 부모님의 식탁은 그럭저럭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식탁이었던..
O훈이는 나의 몇 되지 않는 대학 친구이다. 연락한지 벌써 2년은 된 듯 하다. 내가 대학2학년때 군대에 갔고 휴가때 잠깐 얼굴을 보았으며 내가 한국에 없을 때 대학을 졸업했고 내가 산후조리하고 있을 때 결혼을 했다. 그래두 전화연락이라도 할 수 있었던 것은 평소 친구들을 잘 챙기는 그 녀석의 공이다. 그래도 결혼을 하고 나서는 연락두절이군. 쩝.. 행정학과 출신인데 그녀석의 글을 보면 어쩌면 그렇게 섬세한 면이 있는지... 재수를 해서 나와 같은 학번이었지만 여동생이 나와 같은 나이여서 나의 반말을 무척이나 싫어했다--; 요즘에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내가 대학에 다닐 때만 해도 동아리방에는 대부분 "날적이" 라는 두꺼운 스프링노트가 있었다. 하루 하루 있었던 일이나 그날의 느낌들을 동아리 멤버들이 적어넣..
분만대기실에서 열심히 진통하고 있을 때 남편하구 친정엄마는 옆에서 신문보며 수다를 떨고 계셨다. 그때 결심하기를... "결코 잊지 않으리라, 꼭 복수하리라"(--;) 였는데 지금은 도무지 무슨 이야기들을 하셨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 허망해라. 아줌마의 기억력이라니... 어떻든 지난 1년동안 건강함 그 자체였던 아들이 전에 고열로 시달리더니 이번에는 밥투정을 하기 시작했다. 벌써 일주일이 넘었는데 도무지 두 숟가락 이상을 먹지 않는 것이다. 아무래도 배가 불러서 그런지 고기국 이런건 절대 안먹고 야채 삶은것과 무채만 조금 먹는다. 엄마(아마 부모의 마음이겠지)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수고로운 것도 피하지 않고 맛난 것은 다 자식에게 주려고 한다는데, 정말 그럴까 싶었지만 정말 엄마가 되어보니 그 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