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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자란다

노을을 다 보고 들어갈래요

작은 방 주인 2008. 6. 17. 02:53
요즘 딱지에 폭~ 빠져버린 아들.
혼자서는 놀이터에 안나가던 아들이 요즘은 선교원에서 집에 오자마자 딱지 들고 놀이터로 돌진한다.
그날 그날 성과는 다르지만, 처음에 가져가는 족족 모두 잃고 오던 때와는 달리 요즘은 그래도 잃는 것 만큼 따는 듯 하다.
오늘도 놀이터에서 동네 형/누나와 딱지놀이를 하고 들어오다가 아빠한테 갑자기 먼저 들어가라고 했단다.
왜 그런가 해서 나가봤더니, 복도에 서서 하늘쪽을 보고 있다.
무엇을 하는지 물었더니 "엄마, 노을을 다 보고 들어갈래요" 한다.
난 애들도 노을같은 거 보는지 몰랐다.
아들 덕분에 나도 같이 노을을 보고 들어왔다.
짧은 시간이나마 한가하고 풍성해진 느낌이었다.
내가 잘 가는 아줌마들 사이트 중 하나에 이런 글(매발톱님의 글, 소박하고 사소하며, 단순하고 평범한...... )이 있었던 게 생각난다.

"인간이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가는 데는 아주 기본적인 것들…….
전혀 위대하지 않고 대단하지 않은 그런 사소한 수많은 기술들을 터득해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생의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삶을 윤택하게 하며, 위대한 사람이나 평범한 사람이나 다 갖춰야할
미덕이라는 것을 깨달았었습니다.
먹고, 치우고, 정리하고, 청소하고, 가꾸고, 생각하고, 만들고, 참여하는 것들……."


별 것 아닌 것도 즐길 수 있는 것 역시, 사람이 가지고 있을 하나의 능력이겠지만,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다른 것들때문에 미뤄지거나 그 가치를 잃어버리게 되는 경우가 나에게 있어서는 너무나 많았다.
이제, 그러한 경험을 아이를 통해서 하다니 한편으로는 아이러니하지만, 너무 늦기 전에 생각할 기회가 생겨서 정말 다행이다. 더욱이, 같이 느낄 사람이 있어서 정말 행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