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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가는 생각 잡기

카우치에 누워서

작은 방 주인 2008. 6. 21. 13:43
6점
카우치에 누워서 - 어빈 D.얄롬 지음, 이혜성 옮김/시그마프레스
출간일 : 2007-01-01 | ISBN(13) : 9788958323442 
반양장본 | 544쪽 | 223*152mm (A5신)
 
일단, "소설"로 보면, 재미있는 소설이다.
월덴지기님의 북크로싱을 통해 읽었다. 읽기를 원하시는 분은 월덴지기님 블로그에서 북크로싱 신청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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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이전에 읽었던 얄롬의 책들을 생각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서 "소설"로만 본 것은 아니었다.
여기에 쓰려고 하는 것은 그러한 것들이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 분석가가 부딪치고 있는 구체적인 문제는  "치료자로서의 자기개방과 정직성"의 문제이다.
그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치료자가 환자들을 구하고 싶은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이 욕망은 치료자라면 누구나 다 가지고 있겠지만, 그것으로 인하여 문제에 봉착하는 치료자는 주로 일반적인 규칙들을 무시하고서라도 환자를 낫게 하는 데 "헌신적인" 치료자들이라는 것이 역설적이다.
그러나 "구하고 싶은 욕망'과 "치료자와 환자 관계"  사이에서 얼마나 균형을 잘 잡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구하고 싶은 욕망"쪽으로 기우는 순간, 치료자는 얼마든지 환자와 사적인 관계가 될 수 있다. "치료자와 환자 관계" 로 많이 기울수록, 환자들은 엄격하고 원칙에 충실한 치료자를 보게 될 것이다.
어쩌면 이 두가지는 균형을 잡아야 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꼼꼼하게 박음질되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자기개방을 많이 하는 치료자들을 만난 적이 있다.
처음에는 너무 당혹스러웠고, 그 다음에는 짜증이 났다. 그날의 이슈에 따라서는 위로를 받은 적도 있기는 하다.
다시 곰곰히 생각해 보면, 치료자의 자기개방이 그다지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그 치료자들과는 계속 작업을 할 수가 없었으니까.
 
결국 치료자의 몫일 것이다. 얼마나 정직하고 얼마나 개방을 할 것이며 얼마나 헌신을 할 것인지는. 환자가 저마다 다르듯이 치료자도 저마다 다르므로. 그의 도구들도 다르게 만들어질 것이다. 개인분석이나 수퍼비젼이나, 혹은 자신의 고민 속에서 말이다.
그렇지만, 그의 도구들은 결국 생긴대로일 것이다. 자신의 품성에 어긋나는 도구들은 오래 사용할 수 없을 테니까.
어쩌면, 내가 어떠한 치료자가 될 것인가는 내가 어떻게 생겨먹은 사람인가를 보는 것으로 더 쉽게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