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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자란다

아이의 기호와 정치적 발언

작은 방 주인 2008. 10. 29. 15:50
사례1)
남편은 게를 좋아한다.
요즘 게가 풍년이라며 남편이 게를 사다가 쪄먹는다.
나는 게를 잘 먹지 않는다.
아이는 아직... 기호가 불분명하다. 그러나 일단 엄마가 먹지 않으니 안먹는 쪽을 택한 모양이다.
남편 : (찜솥에 물을 끓이며) 진짜 맛있겠다. 아직 살아있네? 으허허~
나    : (아들에게) 아빠가 이제 살아있는 게를 뜨거운 물 속에 넣을 거래.
아들 : (놀라며) 살아있는 걸? 티탄들을 타르타로스의 구덩이 안에 던져버리는 것처럼?
나    : 허걱~ 티탄이 타르타로스의 구덩이에 들어갔어?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나중에 책 찾아봐야지)
남편은 혼자 먹기 싫으니까 자꾸 아들에게 먹으라고 한다. 아들은 머뭇거리다가 한 입 먹는다.
아들 : 헉~ 맛있다. (그러나 더 먹지는 않는다)
 
사례2)
얼마 전에는 사과케이크를 구웠다. 그런데 베이킹파우더가 많이 들어가서인지 하여간 케이크에서 쓴 맛이 났다. 아들은 "엄마! 파리바게*에서 산 것보다 훨씬 맛있어!" 라고 말하고는 한 입 먹고 절대 안먹었다.
 
아이의 기호는 중립적인 미각에 의한 것보다는 엄마, 아빠의 취향에 의해 결정되는 것 같기는 하다. 특히 어느 정도 성장했을 때, 즉 상황을 볼 수 있을 때가 되면 더더욱 그런 듯 하다.
가끔은 나의 다소 편협한 기호 때문에 아이의 기호가 제한된다는 생각이 들어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기호는 결국 내 삶의 방식의 하나인지라 바꾸기도, 새로운 것을 제안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중에 커서 자기 것 말고 다른 사람 것도 좀 맛볼 수 있게 되기만을 바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