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방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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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이 덜컥 났다

작은 방 주인 2009. 8. 7. 01:13
덥다. 금년에는 유독 바람이 안부는 것 같다. 창문을 열어놓으면 바람이 꽤 들어와 제법 시원한 집인데, 금년에는 바람 한 점 안부는 것 같은 느낌이다.
찍찍이는 더위 때문에 특별히 고생하는 것 같진 않았다. 그저 아이스팩을 하루에 2번쯤 갈아주고 밥과 물을 봐주는 것 뿐.
워낙 작은 데다가 수명이 짧다는 생각에 정을 붙이고 싶지 않아 접촉을 많이 하지 않는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찍찍이의 왼쪽 눈이 약간 부은 게 눈에 띄었다. 처음에는 아이스팩에 맺힌 물에 젖었나 싶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눈을 잘 못뜨는 것 같았다.
오늘 오전에 일하러 나가기 전에 보니, 한쪽 눈을 아예 감고 있다.
겁이 덜컥 났다.
오늘은 밤 10시나 되서야 집에 들어올텐데... 또 햄스터같은 작은 동물을 진료하는 동물병원은 별로 없다던데...
예상했던 대로 10시 넘어서 집에 들어올 수 있었다. 들어오는 길에 잠깐 들린 동물병원은 예상대로 닫혀 있었다.
집에 와서 아이스팩을 갈아주며 보니 다행히 찍찍이의 부은 눈이 좀 가라앉았다. 양 눈을 다 뜨고 있다. 눈곱이 좀 끼어 있다.

괜찮은 걸까? 그냥 이렇게?
마치 "얼음" 주문에 걸린 것처럼 꼼짝할 수가 없다.
현실에서도, 생각으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