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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기는 하지만...

작은 방 주인 2011. 2. 9. 06:37
몇 년 전부터 띄엄띄엄 어떤 연구소에서 강의를 듣고 있는데, 지난 학기부터는 "원서강독"이라는 강의를 수강중이다.
내 경험 안에서 '원서강독'이라는 타이틀을 단 수업은 원서의 부분을 참여자들이 나눠서 읽고 발제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지금 수강중인 '원서강독'은 그야말로 한 문장, 한 문장을 읽고 해석한다.
모인 사람들의 영문독해수준이 천차만별이지만, 이따금씩 주욱~ 빠르게 해석하는 분들은 "조금 천천히 해야 우리가 생각할 시간이 생긴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책을 읽어가는 속도는 매우 느려서 2시간동안 고작 5, 6쪽을 읽을 뿐이다. 그래도 나에게 있어서 이전의 어떤 강의보다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문자를 보는 것과 읽는 것은 다르다. 나는 많은 것들을 읽지만,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읽지 않는 한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책을 빠르게 읽는 습관이 있는 탓에 읽은 책 안에 충분히  머무르기 보다는 그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기에 바쁘다.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문장 하나하나를 들여다봐야 하는 이 수업은 그 내용 안에 머무르고 생각할 시간을 제공한다.

남들과 비교하면서 조급해지면 마음이 바빠서 내 앞에 있는 진짜 세상을 경험하지 못하게 되나 보다. 느리기는 하지만 이렇게 가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