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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자수질(?)

작은 방 주인 2011. 10. 2. 16:02

 



자수를 사랑하는 분들은 나의 "자수질"이라는 표현에 상처받지 마시길.

작년 겨울에는 뜨개질을 했었다. 그래서 주변 분들이 목도리를 하나씩 선물받았었다.

금년에는 수를 놓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내 주변분들은 아마 브로치나 반지, 혹은 책갈피 같은 것을 선물받을 예정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몇 달 뒤에는 어느 구석에 처박힐 것이다.

항상 시간이 없다고 동동거리면서 이렇게 딴 짓을 하는 건 당연히 수놓는 것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뜨개질이며 자수같은 일들은 그 행위 자체가 공격적인 행위이기도 하므로 어느 정도의 공격성을 방출하는 효과도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얼마 전 내가 겪었던(이라고 말하지만 어쩌면 내가 가해자일 수도 있는) 일은 내가 소화하는데 아마도 한 달 정도는 걸릴 것이다. 어떤 일들은 그저 꿀꺽 삼켜버리기도 하도 어떤 일들은 목에 걸린듯 넘어가지 않고, 또 어떤 것들은 삼키긴 하였으되 더부룩하게 남아있다. 그 중에서 소화된 것들만 내 경험에 덧붙여지고 통합될 뿐 나머지 것들은 트림과 방귀와 똥같이 냄새를 풍기며 주변으로 흩뿌려질 것이다.

가끔씩  나 스스로 "그리 좋은 사람이 아니다"라는 것만 인정하면 훨씬 편해질거라 생각하면서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아마 귀찮기 때문일지도. 공부하는 과정에서 내 허물을 벗어낼 수 없는 것은 역시 귀찮기 때문. 그래서 오늘은 아침 겸 점심을 먹었고 저녁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없음에 슬퍼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건 역시 방출의 의미. 또한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는데, 어쩌다가 이 글을 읽으실지도 모르는 *** 님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미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