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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1월의 일기

작은 방 주인 2010. 1. 5. 04:38
삐돌이는 혼자서 의자에 올라오지 못한다.
내 주변을 어슬렁거리면서 올려달라고 하면 내가 올려준다.
처음에는 내 무릎 위에 올려주었으나 시간이 오래 지나면 피차 불편하기에, 이제는 의자에 올려주고 내가 의자 끝부분에 앉는다. 이젠 제법 익숙해져서 삐돌이를 뒤에 앉히고도 등받이에 기대는 경지에 이르렀다.

삐돌이는 코를 곤다. 이따금씩 가벼운 한숨도 내쉬면서.
이제 12살. 아이와 삐돌이를 같이 생각할 때마다, '그래, 아들보다 3년만큼 더 같이 살았지' 라고 생각한다.
언제나 내 주변에서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사실은 어쩔 수 없이) 목격했을 것이다.
왜 사람이 아니라 한낱 동물을 그런 목격자로 삼았는가 묻는 사람이 있다면, 글쎄.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소." 가 정확한 답이겠다.

사람들에게는 각기 자신들의 목격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진부한 말이지만, 그저 혼잣말을 하는 것 보다는 낫지 않은가?
대부분 그런 역할은 배우자나 친구, 연인 등이 담당을 하겠지만, 때로는 무생물인 일기장이나 집, 학업 등에 그런 역할을 부여하기도 할 것이다.

사람들을 자기 삶의 목격자로 둔 사람들은 더 행복할까?
난 모르겠다.
난 그저 개를 가졌을 뿐이니까.
그리고 오늘 또 한 마리의 햄스터가 또 다시 "찍찍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집에 왔다. 아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