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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식성이란 게 있다

작은 방 주인 2010. 2. 3. 16:19

할머니는 나에게 그러셨다.

"너는 가리는게 없어서 어디 가서도 굶지는 않겠다."

주는 것은 별 말 없이 먹는 식성을 가진데다, 있을 때 먹어놓는다는 없는 집 근성까지 합쳐져 있는 터라 그다지 먹는 것에 대해서는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었는데, 이런 식성이 나 말고 다른사람이 먹는 식탁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차리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입맛이 나름 까다로운 아들녀석.

생물 고등어는 먹어도 간고등어는 싫고, 갓 찐 고구마는 먹어도 찐 감자는 싫고, 돼지고기 김치치개는 안되지만 참치김치치개는 맛있고...

원하는 대로 해 주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불쑥불쑥 노여운 생각이 드는 거다. 무척 순화해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시장이 최고의 반찬이라는데, 그냥 주는 대로 먹어주면 안되겠니?'

게다가 나는 '잘 안먹는 반찬은 상에 놓을 필요도 없다' 주의인데 아들은 방학동안 외할머니 집에서 식사를 하더니만 반찬수 가지고 반항을 한다.

 이렇게 식사때마다 고민과 좌절과 열받음의 연속을 거치며 알게 된 사실은 나도 식성이란 게 있다는 거다. 내게 없는 건, 투정을 부릴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