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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잡아 끄는 사람들

작은 방 주인 2010. 7. 10. 23:38
인천 지역으로 일나간지 벌써 만 4년이 넘었다.
일하는 곳을 옮기긴 했어도 내리는 지하철역은 같기에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길이 이제는 익숙하다.

나에게 있어서 인천이 서울과 다른 점은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에 나에게 말을 거는 여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공덕이 많으시네요"

그들은 흰색 계열 블라우스나 티셔츠에 짙은 하의를 입고 검은 색 가방을 크로스로 멘다. 신경을 쓰고 있으면 멀리서도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
언젠가는 화사하게 화장도 하고 머리도 파마를 한 듯한 여자가 나를 붙잡아서 화들짝 놀란 적도 있다.
이제 공덕 운운 하는 이들의 패턴이 바뀐 것인지 궁금했으나, 그 이후로는 같은 패턴을 유지하고 있어서 안심이다. (적어도 내 경험 안에서는 말이다)

난 그들 자체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으나, 매번 그들이 내 팔을 잡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갑자기 내 경계를 뚫고 들어오는 그들의 손이 나를 소름끼치게 한다.
이따금씩 그들이 어떤 젊은 남자 - 항상 남자였다 - 의 손을 붙잡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악수를 하는 것도 아니고, 연인끼리 손을 잡는 것도 아니고... 손금을 보아준 후 손을 뗄 수 없었던 것 같은 모습이다.

그들의 사람을 끄는 힘은 "접촉"에서 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 길거리를 걷고 있던 누군가는, 그  낯선 도시에서 그렇게 불쑥 손을 잡아 끌어당기는 사람들을 내심 기다리고 있었던 건 아닐까?

지금 나는 그들이 필요하지 않다.

다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