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방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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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물고기와 햄스터와 나의 습관

작은 방 주인 2010. 4. 8. 09:06
우리 집 강아지는  - 강아지 딱지 뗀지는 한참 되었지만 그냥 이렇게 불러보고 싶다 - 아침에는 영양제 한 알 먹은 다음 아침밥을 먹고, 저녁에는 손가락 마디 하나 크기의 개껌을 하나 먹은 다음 저녁밥을 먹는다.
우리 집 물고기는 저녁 6시경에 어항에 불이 들어오면 밥을 먹는다. 이따금씩 물이 더 들어오거나, 새로운 물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
우리 집 햄스터는 저녁 6시 경에 하늘에서 먹을 것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는다. 먹는 것은 아무 때나. 새벽에는 운동을!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를 학교에 보낸 뒤 책상에 앉아 강아지에게 영양제를 한 알 주고는 모니터를 켠다. 혹은 그 반대로 진행되는 날도 종종 있다. 순서야 어찌 되었든 내가 하루 종일 누워있고 싶은 날이거나 아니거나 우리집 강아지, 물고기, 햄스터는 비슷한 시간에 밥을 먹는데 그 이유는 강아지가 자기 습관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개가 고집부리는 것에 반대하기는 어렵다. 처음에는 약한 '끙끙~' 부터 시작하는데 중간에 "멍멍~"을 거쳐서 애절한 "끼잉~ 끼잉~"으로 전환한다. 나는 보통 '끙끙~'이 시작되고 몇 분 지나지 않아 항복한다.

어찌되었건 덕분에 나도 비교적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된 셈이다. 나도 별 불만 없고, 덤으로 물고기와 햄스터도 비교적 규칙적인 식습관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가끔은 사회적인 규제 보다 이런 식의 길들임이 나에게는 더 강력한 영향을 끼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끊임없이 들리는 요구랄까. 아니면, 우리집 대장은 우리집 강아지라는 것의 증거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