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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방 7
아이의 학교 선생님은 추측컨대 성실하고 학생다운, 즉 숙제 열심히 하고 준비물 잘 챙기고 선생님 말씀 잘 따르는 아이를 강조하시는 것 같다. 아들은 그런 이미지와는 거리가 좀 있는데다가(이건 엄마가 잘 못챙겨주기 때문일텐데) 요즘은 선생님 말씀을 잔소리라고 말하며 듣기 싫어한다. 아이의 불만들은 대략 이런 것들이다. 책은 어차피 읽는 것인데 굳이 독서록을 써야 하는가, 일기를 꼭 일기장에 써야 하는가, 매일 수학문제집 3쪽을 풀어야 하는가... 엄마로서의 한 부분은 '선생님이 내준 숙제이니 꼭 해야지, 2학년때 아무 것도 안시켰더니 선생님이 싫어하시더라' 이런 생각이지만 나로서의 부분은 '나도 귀찮은데 너는 더하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런 생각도 든다. 어쩌면 학교에서 요구하는게 이런 규칙이고..
작년까지만 해도 중앙난방이라 겨울이면 난방비만 걱정하지 어떻게 난방할지는 걱정하지 않았는데, 금년부터는 개별보일러난방이라 어떻게 난방할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사실 인간 어른만 생각한다면 최저로 난방을 해도 그다지 춥지는 않겠지만 (컴퓨터가 있는 이곳만 제외하면!) 열대어에게는 낮은 수온으로 고생하는 구피들과 새로 태어난 치어들을 위해 일단 보조난방기구를 구입하였다. 지금 생각하면 바보같은 생각이었다. 왜냐하면 전체적으로 집안이 아주 따뜻해지지 않는 한 수온이 열대어에게 적당할 만큼 올라갈 리가 없기 때문이다. 11월정도부터 기온이 낮아지면서 아들이 춥다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일러도 가동하기 시작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아주 따뜻해진 것도 아니었다. 매년 창문에 커튼이나 방풍비닐을 쳤기에..
2박 3일동안의 여행 이틀은 비바람이 몰아쳤고, 다시 서울로 오는 날에야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었다. 풍광이 바뀐 것에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아들을 나는 신기해 했고 아들은 엄마가 별것도 아닌 것에 감탄하는 것을 신기해 했을지도 모르겠다. 서울에서와 별로 다르지 않은 것들만 하는 아들을 보고 여행은 왜 가자고 했는지 물으니, "여긴 애들이 없잖아" 한다. 자기도 구피들과 햄스터와 할아버지견이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궁금해 했으면서... 아마 잠시동안 떨어져 있고 싶었나 보다. 산꼭대기의 찬바람 때문이었을까. 감기기운에 머리가 아프다. - 어찌 되었건 광학10배줌은 대단하다!
신경쓰이던 일이 끝나고 마무리만 남았는데, 손에 잘 잡히진 않아서 짜증이 났나 보다. 핑계가 여러가지일뿐 짜증이 난다는 건 그저 그런 현실이다.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는 빨간 머리 인형에게 옷을 한 벌 만들어 주었다. 아이들이 이 인형을 보고는 뭔가 이상하다고 이야기했는데, 다른 인형들과 비교를 해보니 지나치게 큰 눈과 지나치게 활짝 웃는 입모습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요즘 미미 인형은 이 인형보다는 조금 더 조신한 모습이다. 가끔은 단순한 일이 머리를 쉬게 해준다. 나의 휴식거리가 방바닥 닦기라든가 음식만들기 같은 거라면 얼마나 좋을까?
2008년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접었던 수업듣기를 다시 시작했다. 그래서 지난 주에는 매일 저녁 11시경에 친정에 가서 아이를 데려와야 했다. 이번 주에도 들어야 할 수업이 있는데 밤 10시에 끝난다. 일이 끝나고 수업이 시작되는 곳까지 열심히 가면 시간을 맞춰 들을 수 있겠으나 결국은 포기했다. 오늘 아이가 방과후교실에서 돌아올때쯤에 나도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아이는 나를 보고 놀라며, 이번 주는 아침 일찍 나간 대신 일찍 들어오는 거냐고 묻는다. 이번 주에도 수업이 있지만 안듣기로 했다고 이야기하니 대뜸 "엄마, 사랑해요~ 아들 때문에 일찍 들어오기로 하셨군요" 라고 말한다. (눈치 하나는 끝내준다) 일찍 들어오나 늦게 들어오나 결국 잔소리는 시작되니, 아이는 엄마가 그냥 늦게 들어오는 게 낫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