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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방 7
컴퓨터에 문제가 생겨서 보드를 교체한다, 그래픽 카드를 교체한다 수선을 떤 지가 몇 달 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집에서만 블루스크린이 뜨는 신기한 사태가 벌어졌다. 컴퓨터 수리하시는 기사님이 가져가서 전원을 켜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데 집에 와서는 1시간 이내에 블루스크린이 뜨고 작업이 불가능하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급한 인터넷 뱅킹 등은 일터의 컴퓨터를 빌려서 해결한다고 하지만 보고서같이 시간이 걸리는 작업들은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일단은 미뤄놓은 상황이다. 자, 이제 카운트 다운을? 앞으로 50여분이 남았다. 과연 블루스크린이 뜨면서 부팅이 되지 않을 것인가? 만일 그렇다면.... 그렇다면...?
인천 지역으로 일나간지 벌써 만 4년이 넘었다. 일하는 곳을 옮기긴 했어도 내리는 지하철역은 같기에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길이 이제는 익숙하다. 나에게 있어서 인천이 서울과 다른 점은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에 나에게 말을 거는 여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공덕이 많으시네요" 그들은 흰색 계열 블라우스나 티셔츠에 짙은 하의를 입고 검은 색 가방을 크로스로 멘다. 신경을 쓰고 있으면 멀리서도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 언젠가는 화사하게 화장도 하고 머리도 파마를 한 듯한 여자가 나를 붙잡아서 화들짝 놀란 적도 있다. 이제 공덕 운운 하는 이들의 패턴이 바뀐 것인지 궁금했으나, 그 이후로는 같은 패턴을 유지하고 있어서 안심이다. (적어도 내 경험 안에서는 말이다) 난 그들 자체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으나, 매번 그들이..
우리 집 강아지는 - 강아지 딱지 뗀지는 한참 되었지만 그냥 이렇게 불러보고 싶다 - 아침에는 영양제 한 알 먹은 다음 아침밥을 먹고, 저녁에는 손가락 마디 하나 크기의 개껌을 하나 먹은 다음 저녁밥을 먹는다. 우리 집 물고기는 저녁 6시경에 어항에 불이 들어오면 밥을 먹는다. 이따금씩 물이 더 들어오거나, 새로운 물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 우리 집 햄스터는 저녁 6시 경에 하늘에서 먹을 것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는다. 먹는 것은 아무 때나. 새벽에는 운동을!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를 학교에 보낸 뒤 책상에 앉아 강아지에게 영양제를 한 알 주고는 모니터를 켠다. 혹은 그 반대로 진행되는 날도 종종 있다. 순서야 어찌 되었든 내가 하루 종일 누워있고 싶은 날이거나 아니거나 우리집 강아지, 물고기, 햄스터..
서울이라는 곳에서 "동네"를 찾는 것에 학군이나 땅값 이외의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한 동네에서 오래 산다는 것은 그 동네에서 제일 맛있는 중국집을 안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어느 정형외과, 어느 안과에 가야 할지를 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내가 사는 동네는 인터넷커뮤니티에서 정보들을 쉽게 얻을 수 있는 곳이어서 더욱 그렇기도 하다. 예전같았으면 동네 아줌마들과 친해야 알 수 있는 정보들도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다. 참 희한한 것이, 인터넷 정보를 이용할 때도 마찬가지로 형태가 되었다. 백과사전에 나오는 정보가 아닌 한은 검색사이트를 통한 검색보다는 RSS 구독리스트에서 검색을 하게 된 것이다. 일종의 RSS 동네에서 돌아다니는 셈인데, 다년간에 걸쳐 조금씩 추가했던 RSS의 내용들이 내가 필요한 정보..
삐돌견의 자리는 내 주변 어딘가이다. 내가 방을 옮기면 같이 옮기고 화장실에 가면 화장실 앞에 앉아 있는다. 물론 깊이 잠이 든 경우에는 그냥 자는 경우도 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경우는 보통 옆에 놓은 방석에 누워있는데, 요즘에는 의자에 올려달라고 조른다. 무릎에 올려놓으면 처음에는 따뜻하지만 서로 불편하기 때문에 내가 의자 앞 부분에 앉고 녀석은 뒤에 놓는다. 엉덩이가 따뜻해진다. 가끔은 녀석을 의자에 올려놓은 채 내가 다른 곳으로 이동한 후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드물게는 자기가 내려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기다리다가 내려주지 않으면 내려달라고 끙끙거린다. 곧 내려주지 주지 않으면 호통도 친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친정부모님이 집을 비우신 사이 아들을 봐주시러 아는 분이 오셨다. 삐돌견을 보..